진화적 유신론의 견해
과학에 대립되는 위의 견해들과 달리 진화를 하나님의 창조과정으로 보는 진화적 유신론의 입장은 우주진화(우주의 팽창, 우주의 나이)와 생물진화(복잡한 종의 출현, 화석증거)를 인정하고 진화이론을 수용한다. 과학에 관해서는 거의 동일한 의견을 갖는 진화적 유신론은 하나님이 진화를 어떻게 사용하시는가에 관해서는 조금씩 차이를 보인다. 신이 자연세계에 어떻게 개입하는가에 따라 크게 3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1. 계획되지 않은 진화: 이 입장은 창조의 첫 시점이후 신은 자연세계에 간섭하지 않고 진화가 어느 방향으로 흘러갈지 미리 계획하거나 감독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과학주의 무신론과 유일하게 다른 점은 신의 존재를 인정한다는 점이다. 신이 우주를 창조할 때 진화가 어떻게 진행될지 설계하지 않았고 자연세계에 간섭하지도 않는다는 이 입장은 과정신학과 그 맥락을 같이 하며 종종 이신론으로 비판받기도 한다.
2. 계획된 진화 (planed evolution): 이 입장은 진화와 진화이론을 수용하고 진화과정이 바로 하나님의 창조과정이라고 보는 입장이다. 이 입장은 신이 직접 자연계에 간섭해서 특별한 방법으로 종을 창조하지 않는다는 견해로 그런 면에서 계획되지 않은 진화와 비슷하다. 신은 자연세계에 개입해서 기적을 일으킬 수 있지만 그럴 필요가 없다고 보는데 그 이유는 신의 계획이 이미 우주안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 마치 씨앗이 발현되어 나무가 되고 꽃이 피고 열매를 맺듯이 처음 우주가 창조될 때 어떤 꽃을 피우고 어떤 열매를 맺을지 창조주의 계획이 이미 심겨져 있다는 입장이다. 우주진화는 무작위적으로 일어나는 것 같지만 사실은 창조주의 계획에 따라 그 역사가 펼쳐진다는 견해다.
3. 인도된 진화(directed evolution): 이 입장은 계획된 진화와 비슷하지만 진화가 창조주에 의해서 직접 감독되고 인도된다는 입장이다. 신은 진화를 이끌어 가지만, 기적과 같은 방법으로 새로운 종을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자연적 설명이 가능하나 확률이 낮은 사건을 발생시키는 방식으로 직접 진화과정을 감독한다. 즉 신은 자연법칙을 깨는 대신, 발생하기 어려운 사건들을 일어나게 해서 원하는 방향으로 진화를 이끈다. 가령, 지적설계론자인 마이클 베히는 환원불가능한 복잡성을 예로 들면서 진화되기가 거의 불가능한 생물기관들을 논했다. 이렇게 자연적으로 발생하기에는 확률이 매우 낮은 진화는 창조주가 직접 인도해서 가능하게 했다는 입장이다.
그렇다면 어느 입장이 옳을까? 성경에는 답이 없다. 젊은지구론 혹은 오랜지구론이 옳은지, 인도된 진화 혹은 계획된 진화가 맞는지 성경은 말해 주지 않는다. 창조의 과정과 방법은 성경이 우리에게 전하려는 메세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성경이 말하지 않는 내용을 성경에서 찾으려는 생각은 위험하다. 과학자들은 젊은지구론이나 오랜지구론을 받아들이기 어렵다. 그 이유는 첫째, 우주와 생물이 시간에 따라 변해왔다는 진화 자체를 부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둘째, 완성되지는 않았다고 해도 경험적 증거와 합리적인 이론을 바탕으로 우주와 생물 진화를 체계적으로 설명하는 진화이론을 거부하는 것은 과학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복음주의 입장에서는 어떨까? 아마도 계획된 진화와 인도된 진화, 그리고 오랜지구론의 입장 정도가 복음주의에서 수용할 수 있는 입장이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