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 중에 언급한 바와 같이 연말에 짧은 피정을 다녀왔습니다.
쁘랑슈꽁떼의 작은 마을 롱샴... 마을을 내려다보는 언덕 위에 마을보다 더 유명한 작은 예배당이 있습니다. 한동안 계속되는 궂은 날씨였는데, 이날 만큼은 햇살이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스위스의 유명한 건축가 르 꼬르뷔지에. 스위스 지폐가 최근 바뀌고 있는데, 이전에 10프랑권에 얼굴을 보여주는 스위스의 대표인물이기도 합니다.
적은 예산으로 산꼭데기에 채플을 만드는 프로젝트였는데, 갑오징어처럼 생긴 첫모습에 비하여, 볼것과 생각할 것이 많은 곳입니다. 20세기 건축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는 것은 그냥 참고만 하면 될듯 하고요. 다만... 입장료가 있는 것이 흠이라면 흠입니다.

제일 유명한 각도가 아닐까 합니다. 이른바 갑오징어 각도. ^^
왼편은 예배당 우측벽이 되고, 오른편은 예배당 전면입니다.
그런데 그 바깥쪽으로 야외예배당 강대상과 설교단이 있습니다.
안쪽 예배당과 바깥쪽 예배당이 통하는 구조입니다.
언젠가 예배 장면도 보고 싶은 곳 입니다.

2017년 저무는 해를 찍기 위에 예배당 뒤쪽으로 돌아왔습니다.
물론 입구도 이 뒤쪽으로 나 있습니다.
왼쪽의 배모양 돌출 부위는 야외예배당의 처마이자,
부족한 물을 받아두기 위한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오른쪽 나무 숲 사이에 세개의 종이 달려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어스름한 저녁 햇살이 르 꼬르뷔지에의 절묘한 각을 따라 예배당에 신비한 빛을 비추었습니다.
철근 콘크리트 건물로서 벽도 지붕도 모두 육중한 건물인데,
지붕과 벽 사이를 띄워서 가벼운 느낌과 아울러 트인 느낌을 주고 있습니다.
벽은 어마어마하게 두껍고 창이 작은데, 빛은 부족함이 없다 생각 되었습니다.


작은 창을 지나 두꺼운 벽을 너머 세상이 보입니다.
아무리 벽이 두꺼워도 작은 창 하나면 충분합니다.
그리로 어디든 통하고, 구석구석에 빛을 비출 수 있습니다.
우리 마음에도...
창에 새겨진 마리아...
이 예배당 역시 마리아에게 봉헌된 예배당입니다.
순종의 아이콘이 되어야할 분인데,
과연 그 분 역시 이러한 현실을 좋아하실런지요.

예배당 안의 작은 예배당입니다. 외부에서 보이는 탑들의 내부 모습입니다.
좁은 공간인데, 답답함을 느낄 수 없도록 위로 탁 트인 공간을 허락합니다.
위로부터 내리는 빛이 마음에 평안을 가져다 줍니다.

로마 가톨릭 입니다. 그래서 고해성사를 하는 곳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만일 우리가 우리 죄를 자백하면 저는 미쁘시고 의로우사 우리 죄를 사하시며
모든 불의에서 우리를 깨끗게 하실 것이요"(요일 1:9)
우리가 하나님께 나아가며 회개하는데에는 그 누구도 끼어들 필요도 없고, 끼어들 수도 없습니다.
<나사렛 예수> 그 이름 하나로 충분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긍휼하심을 받고 때를 따라 돕는 은혜를 얻기 위하여
은혜의 보좌 앞에 담대히 나아갈 것이니라"(히4:16)


그렇게 해는 뉘엿뉘엿 저물었습니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스칼렛 오하라의 말이 생각났습니다.
"내일은 내일의 해가 뜰 테니까."
사실 이 책의 마지막 문장은 "Tomorrow is another day"였고,
책의 제목이 될뻔했던 문장이기도 했습니다.
해를 좋아하는 우리 민족의 정서 때문에 그리 번역되었을까요?

그래도 저 길 끝에서 우리는 또 다시 떠오르는 새로운 태양을 맞이할 것입니다. ^^
...........
롱샴성당은 베른에서 차로 2시간 10분이면 갈 수 있습니다.
작은 마을의 산꼭데기에 있는 성당인데, 꼭데기 부근까지 차가 올라갑니다.
이름이 가방브랜드와 비슷한데, 가방회사는 Longchamp이고,
이곳 지명은 Ronchamp 입니다. ^^
공식명칭은 Notre-Dame-du-Haut 입니다.
구글맵에 '롱샴성당'을 입력해도 바로 찾으실 수 있습니다.
